2025. 4. 4. 22:39ㆍ나의 책장
📚'라플라스의 마녀' 서평, 예측이 가능해진 세상에서 우리는 정말 자유로울까?
책을 덮은 뒤, 가장 오래도록 머물렀던 감정은 '어쩌면 인간은 스스로를 너무 과신하고 있는 게 아닐까'라는 불편한 자각이었다. '라플라스의 마녀'는 미스터리라는 장르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그 안에는 인간의 본성과 의지, 그리고 세상의 원리를 향한 깊은 질문이 담겨 있었다.
읽는 내내 마음이 묘하게 불편했다. 등장인물들이 자신의 판단으로 움직이는 것 같지만, 사실은 이미 정해진 수많은 조건 속에서 '예측 가능한 행동'을 하고 있을 뿐이라는 설정 때문이었다. 과연 우리는 얼마나 스스로 결정하며 살아가고 있을까? 우리의 감정, 선택, 사랑, 후회조차 알고 보면 누군가의 예측 안에 들어 있는 걸까?
특히 인물 아야코를 보며 복잡한 감정이 일었다. 그녀는 예언자처럼 보이지만, 실은 끊임없이 관찰하고 계산하며 타인의 결과를 도출해내는 인간이었다. 놀라운 능력이지만, 동시에 너무 외롭고 차가운 능력이기도 했다. 모든 것을 알게 될수록, 그녀는 세상으로부터 더 멀어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어떤 면에서는, 무지한 상태로 살아가는 것이 인간에게 더 큰 선물이 아닐까 싶었다.
과학과 철학이 조용히 얽혀 있는 이 작품은, 단순한 사건 해결이나 반전을 기대하는 독자에게는 낯설게 다가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전개 속에서 나는 오히려 더 집중할 수 있었다. 이 이야기는 사건이 아닌, 사람을 통해 질문을 던지는 소설이었다. 특히 '예측 가능성'이라는 개념이 인간 존재의 뿌리까지 흔들 수 있다는 메시지는 생각보다 훨씬 강렬하게 다가왔다.
작가는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과정에서도 인간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짚어낸다. 계산과 확률로 가득 찬 세계 안에서도, 완전히 예측되지 않는 감정들이 불쑥 튀어나오는 장면들이 인상 깊었다. 그 작은 변수들이야말로 인간다움을 지켜주는 요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결국, 아무리 모든 것이 예측 가능해져도 인간은 여전히 인간일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라플라스의 마녀'는 나에게 단지 ‘읽은 책’이 아니라, ‘질문을 남긴 책’으로 남았다. 예측이 전부가 될 수 없는 세계, 감정이 변수로 작동하는 삶, 자유의지의 실존 여부. 그 어느 것도 쉽게 단정할 수 없기에 이 책은 오래도록 마음속에서 회전한다.
결국, 이 책은 말한다. 전부를 아는 것이 진실에 다가가는 길이 아니라는 것을. 때로는 모르는 채 살아가는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가장 인간적인 삶이라는 것을. 그 사실을 잊고 살았던 나에게, 이 이야기는 조용히 말을 건네는 듯했다.
이미지 출처 : 자체 제작 및 yes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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